“혈액형과 다이어트가 연관 있다”는 말은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꾸준히 회자되는 주제이다.
혈액형별 성격, 음식 궁합, 감정 성향 등과 함께 ‘혈액형별 다이어트’라는 개념도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특히 A형은 채식 다이어트가 잘 맞는다, O형은 단백질 중심 식단이 좋다 같은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혈액형이 체중 감량 속도나 식단 선택에 영향을 줄까?
이 글에서는 혈액형 다이어트 이론의 근거, 과학계의 검증, 왜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봤다고 느끼는지, 그리고 실제 체중 관리에 더 중요한 요인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혈액형 다이어트 이론은 어디서 시작됐나?
혈액형 다이어트는 1996년 미국의 자연치료사 **피터 다다모(Peter J. D’Adamo)**가 출간한 『Eat Right 4 Your Type』이라는 책에서 시작됐다.
그의 주장 핵심은 다음과 같다.
- A형: 농경민의 후손 → 채식 위주의 식단이 적합
- O형: 사냥꾼의 후손 → 고단백·고지방 식단이 적합
- B형: 유목민의 후손 → 유제품 포함 다양한 음식이 적합
- AB형: 혼합형 → 제한적 허용과 금지 식품이 존재
이 이론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한국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주장에 비해 과학적 검증은 매우 부족했다는 점이 방법론적 한계로 지적된다.
과학계의 결론: “혈액형과 다이어트 효과는 직접적 연관 없음”
혈액형 다이어트는 대중적으로 알려졌지만, 의학적 연구 결과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대표적으로 아래 연구들이 있다.
1) 2014년, 저널 ‘PLOS ONE’ 발표 – “효과 없음”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진이
1,455명의 식습관·신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혈액형과 체중 감량 효과, 대사 건강, 심혈관 질환 지표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 혈액형에 맞는 식단을 먹었을 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 “그 식단 자체가 가진 건강성 때문"이라는 결론이었다.
예를 들어, A형 식단(채식 중심)은
→ 혈액형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혈당·콜레스테롤 개선 효과가 있었다.
즉, 효과는 식단 때문이지 혈액형 때문이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2) 2013년, 미국 영양협회 – “역사적 근거 부족”
혈액형 다이어트가 주장하는 ‘혈액형과 인류 진화’의 연관성은
고고학적으로 실제 증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혈액형 분포는 단순한 지역·유전적 변이로 설명할 수 있을 뿐,
음식 적응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
결론
과학적으로는
혈액형이 체중 감량 속도나 식단 효과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럼 왜 “혈액형 다이어트가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까?
많은 사람들이 “A형이라 채식이 잘 맞더라”, “O형인데 단백질식 먹으면 살이 잘 빠진다”라고 말한다.
이는 몇 가지 심리·행동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1)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사람들은 자신의 혈액형과 맞는 식단을 의식적으로 더 잘 지키게 된다.
예를 들어 “A형은 채식이 좋다”라고 들으면,
A형 사람은 의도적으로 채소를 더 먹고 단백질을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
이 결과를 “혈액형 때문”이라 착각하기 쉬운 것이다.
2) 식단 자체가 건강한 경우
A형 식단(채식 위주)은 칼로리 밀도가 낮고,
O형 식단(고단백 위주)은 포만감이 길다.
즉, 단순히 식단 구조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것이다.
3) 나와 맞는 식단을 ‘혈액형 때문’이라고 해석
사람마다 위장 민감도, 대사 속도, 호르몬 반응, 기호가 다르다.
이 “개인고유 특성”이 체중에 영향을 주는데,
이를 혈액형으로 단순 환원하면서 “통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실제 다이어트에서 혈액형보다 훨씬 강력한 요인들
전문가들은 혈액형보다 아래 요소들이 체중 변화에 훨씬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1) 기초 대사량(BMR)
사람마다 에너지 소비량이 다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체중이 빠지고, 누구는 덜 빠지는 이유다.
영향 요소:
- 근육량
- 유전적 대사 속도
- 호르몬
- 나이
2) 인슐린 감수성
혈당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량이 체지방으로 저장되는 속도도 다르다.
→ 이는 혈액형이 아니라 **대사 건강(BMI, 공복혈당, 인슐린 저항성)**과 연관 있다.
3) 호르몬 밸런스
레닌-안지오텐신계, 렙틴, 코티솔 등은 체중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데
이 또한 혈액형과는 무관하다.
4)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각자의 장내 세균 구성에 따라
같은 음식도 소화·흡수 효율이 달라진다.
5) 생활 습관
- 수면 시간
- 스트레스
- 활동량
- 야식 여부
- 섭취 패턴(폭식, 간헐적 단식 등)
이 요소들이 체중을 결정하는 핵심이며
혈액형은 아무런 예측력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혈액형은 다이어트에 완전히 의미가 없을까?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간접적 영향’은 일부 있을 수 있다.
1) 문화적·심리적 영향
한국에서는 혈액형별 성향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아
사람들이 스스로 “나는 A형이라 신중하고 소심해” 같은 성향을 내면화한다.
이런 심리적 요인이 다이어트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예시:
- A형은 규칙적인 식단을 잘 지키는 경향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
- O형은 활동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운동을 더 많이 시도
이처럼 행동 패턴에 영향을 주어 결과적으로 체중 관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2)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찾는 ‘도구’로서의 영향
직접적 근거는 없지만,
심리적 동기 부여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O형이라고 생각해서 고단백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다이어트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즉, 혈액형 때문이 아니라 ‘믿음’과 ‘행동 변화’ 때문이다.
결론: 혈액형과 다이어트는 ‘직접적 연관 없음’, 그러나 행동 변화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혈액형 다이어트는 재미있는 개념이고
동기부여 도구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혈액형 자체가 체중 감량에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실제로 다이어트 성공 여부는
대사 건강, 근육량, 식단 구조, 장내 미생물, 생활 습관 같은
보다 복합적이고 과학적인 요인으로 결정된다.
만약 혈액형별 다이어트가 “잘 맞는다”고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혈액형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우연히 찾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즉, 핵심은 혈액형이 아니라
나의 신체·대사·습관에 맞는 전략을 찾는 것
이다.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자다가 소변이 마려우면 무엇이 문제인가? (2) | 2025.12.05 |
|---|---|
| 커피 하루 한 잔이 건강에 미치는 놀라운 효과 (9) | 2025.11.12 |
| 배 아플 때 식은땀이 나는 이유 (14) | 2025.11.10 |
| 추위 많이 타는 사람 특징 (8) | 2025.11.03 |
| 노안이 생기는 이유 (11) | 2025.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