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항생제 사용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중요한 시사점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 글에서는 왜 대한민국이 항생제 사용량이 세계 2위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다양한 요인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봅니다.

1. 현황: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어느 정도인가
먼저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 2023년 기준, 한국의 인구 1 000명당 하루 항생제 사용량(DID: Defined Daily Dose 기준)은 약 31.8 DID로 집계되었습니다.
-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 과거에는 2022년 약 25.7 DID로 OECD 평균(18.9 DID)의 약 1.36배 수준이었으며, 그 해에는 순위가 4위였습니다.
- 즉 최근 1~2년 사이에 사용량이 다시 증가했고, 상위권으로 올라섰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런 통계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약을 많이 썼다는 것이 아니라, 항생제 사용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내성균 증가·공중보건 위협 등의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2. 왜 이렇게 많을까? 항생제 과다사용의 주요 원인
한국에서 항생제 사용량이 높은 데에는 여러 구조적·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래 다섯 가지 핵심 원인을 깊이 있게 설명합니다.
2-1. 의료 접근성 및 처방 구조
- 한국은 의료기관 접근성이 매우 높습니다. 환자들이 병원을 쉽게 방문하고, 의사 처방을 받기 용이한 체계입니다. 이로 인해 감기·인플루엔자 등 비교적 경미한 증상이라도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 또한 의료보험 체계 하에서 처방과 복용에 대한 금전적 진입장벽이 낮고, 약국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비교적 원활하다는 점이 작용합니다.
- 이런 구조 속에서 의사가 환자의 요구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항생제를 ‘안전하게’ 처방해주는 경향이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예컨대 “환자가 빨리 낫기 원한다”거나 “상태 악화가 걱정된다”는 이유로 항생제가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2-2. 환자 및 국민 인식의 문제
-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항생제는 감기나 독감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사의 약 72 %가 “항생제가 감기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습니다.
- 항생제는 본질적으로 세균성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지, 바이러스성 감염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그런데 감기·독감에 대해서도 항생제가 쓰이거나 기대되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 환자 측에서 ‘항생제 없이는 치료가 안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나 요구가 의사 처방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2-3. 의사 처방 습관 및 의료제도 요인
- 의료진 입장에서는 진료 시간이 한정적이고, 감별검사 없이 처방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은 ‘광범위 항생제(broad-spectrum antibiotic)’ 처방을 유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광범위 항생제 사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게다가 검체 수렴(미생물 검사 및 배양) 등이 일부 병원에서 의무화되어 있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경험적 처방(empirical therapy)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 처방 이후 환자가 얼마나 잘 복약하는지 혹은 중단하는지에 대한 추적도 어렵고, 이로 인해 내성균 발생 위험도 올라갑니다.
2-4. 팬데믹 및 질병환경 변화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병원 이용 패턴이 바뀌었고,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진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로 인해 2022년부터 다시 항생제 사용량이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 팬데믹 상황에서는 감염에 대한 불안이 커졌고, 의사·환자 모두 ‘빠른 회복’을 기대하면서 항생제 처방이 넓게 확대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집단생활, 고령화, 만성질환자 증가 등도 감염 위험을 높이고, 의료기관에서 예방적 또는 보수적으로 항생제를 쓰는 경향을 강화시켰습니다.
2-5. 제도적·문화적 요인 및 관리체계 미비
- 항생제 사용을 체계적으로 줄이고 감시하는 제도는 꾸준히 도입되어 왔지만, 아직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예컨대 질병관리청이 2024년 11월부터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참여 기관이 제한적이고 전문 인력 부족이 걸림돌입니다.
- 또한 요양병원, 중소병원 등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에서는 항생제 관리 체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이 외에도 처방에 대한 제재가 엄격하지 않거나, 처방된 항생제의 감시·추적이 충분치 않다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3. 과다 사용이 초래하는 위험성
항생제가 많이 쓰인다는 것은 단지 비용 증가나 처방량 증가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3-1. 항생제 내성균(슈퍼박테리아)의 증가
- 항생제를 과도하게 혹은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됩니다. 즉, 약물이 듣지 않는 세균이 살아남아 번식하고, 이는 치료가 어려운 감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최근 내성균 감염 신고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예컨대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감염 건수 및 사망 사례가 과거 대비 크게 많아졌습니다.
- 이런 내성균은 중환자실·요양병원 등 취약 집단에서 특히 위험하며, 항생제가 듣지 않으면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사망 위험도 커집니다.
3-2. 치료비 증가 및 건강자원 낭비
-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그 자체로 비용을 초래할 뿐 아니라, 내성균으로 인해 더 길고 복잡한 치료가 필요해지고 입원기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 또한 향후에는 새롭고 강력한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거나 충분히 보급되지 않을 경우, 기본적인 수술·분만·면역저하 환자 치료 등에서 항생제의 효과 저하가 전체 의료체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3-3. 국민 건강 및 공중보건 위협
- 내성균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국민 건강 전체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은 항생제 내성을 인류 보건 위기 중 하나로 지목했습니다.
- 한국처럼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면역력이 낮은 인구가 많고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는 국가에서는 항생제 오남용과 내성균의 위험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4. 개선 과제 및 정책 방향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다음은 개선해야 할 주요 과제와 제언입니다.
4-1. 국민 인식 개선
- 감기·독감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므로 항생제로 낫지 않는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교육과 홍보가 필수입니다. 한국 조사 결과, “항생제가 감기에 도움된다”고 생각한 비율이 약 72%에 달했습니다.
- 의료기관 방문 시 환자가 항생제를 요구하기보다는 증상 및 처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4-2. 처방과 진료체계 개선
- 의료기관 내에서 항생제 처방 전 미생물 검사 및 감염병 컨설팅이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경험적 처방을 줄이고, 적합한 약제·용량·기간을 설정하는 체계가 중요합니다.
- 또한 의료진에 대한 교육 및 가이드라인 강화, 항생제 처방에 대한 피드백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 중소병원·요양병원까지 포함한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프로그램의 보급이 확대되어야 하며, 전문 인력(감염내과 전문의, 약사 등) 확보가 시급합니다.
4-3. 제도적·감시체계 강화
- 처방 데이터의 투명성 확보와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중요합니다. 어느 지역·어떤 의료기관에서 항생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또한 처방 후 복약 이행 및 종료 여부, 내성균 감시 등에 대한 통합 관리가 필요합니다.
- 정부나 보건당국은 항생제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페널티 제도, 약국 및 의료기관에 대한 교육 및 평가 프로그램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4-4. 미래 대비·연구 및 개발
- 현재 항생제 내성균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둔화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따라서 항생제 신약 개발 지원, 내성균 대응 연구 강화, 글로벌 연계 협력이 중요합니다.
- 또한 병원 내 감염관리(ICU 감염, 요양병원 감염) 강화로 내성균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결론
한국이 항생제 사용량 세계 상위권에 있는 것은 단순한 통계적 우연이 아니라, 의료접근성·환자·의료진 문화·제도 구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 상태를 방치할 경우 단순히 약값이나 처방량 증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성균 확산·치료불가 감염병 증가·국민건강 위협 등의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부터 제시된 개선 과제들을 적극 이행한다면, 한국은 항생제 적정사용과 내성균 대응에서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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